AI 면접에 대한 단상

2004년에 개봉했던 ‘i, ROBOT’이란 영화가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주인공과 어린 아이가 함께 물에 빠지게 된다. 마침 길을 지나던 로봇이 강에 뛰어 들어 창문을 깨고 주인공을 구해낸다. 주인공은 로봇에게 자신보다 어린 아이를 먼저 구해낼 것을 명령하지만, 로봇은 구조 가능성을 계산해서 수면에 가까이 있던 주인공을 구해낸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어린 아이를 먼저 구조할 것이다.

올해부터 사관학교 입시에서 AI 면접이 전면 도입된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모두 3월 10일 공개한 모집요강에서 AI 면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I 면접은 안면인식과 질의 응답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면접 대상자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에 육사가 AI 면접을 시범 도입했는데, 올해 전 사관학교로 확대 진행되는 것이다. AI 면접은 응시자의 얼굴 표정, 얼굴색 변화, 음성의 높낮이, 답변 속도, 자주 쓰는 단어 등 외면적 요소와 계획능력, 호감도, 조직적합, 열정 등 내면적 요소를 AI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가하는 것이다. 사관학교 네 곳 모두 AI 면접을 평가의 참고자료로 활용만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육사 관계자는 “미래 우리 군의 리더에게 필요한 특성들을 AI 면접이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요소를 통해 찾아내 기존 면접시험 체계를 보완하는 보조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면접시험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는 것’과 ‘면접시험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핏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일부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에서 실시되고 있는 AI 면접이 사회 전분야로 확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AI의 학습능력과 판단능력이 지금처럼 급속히 발달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수많은 직업이 AI로 대체될 것이다. 자동차 정비사, 요리사, 청소부와 같이 단순한(?) 작업을 요구하는 직업뿐만 아이나 변호사, 약사, 교수, 비행기 조종사와 같은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까지도 급속하게 AI의 차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AI의 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심지어 AI가 인간의 지능과 판단력을 뛰어 넘는다고 해도 AI에게 절대 맞겨서는 안 되는 직업이 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운명과 생명을 결정하는 판사나 의사와 같은 직업이다. 아무리 복잡한 알고리즘으로도 판단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올해부터 고1,2 학생들은 학생부에 수상경력 개수가 학기당 1개로 제한되고 소논문 활동을 모든 학목에서 기록할 수 없다.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년 당 1개만 작성 가능하며 봉사활동은 실적만 기재할 수 있다. 학교밖 청소년 단체 활동 내용은 작성하지 못하고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청소년단체활동도 단체명만 기재해야 한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수험생의 성명, 주민번호, 사진은 물론 고교명, 수상기관명, 봉사주관기관명 등이 모두 블라인드처리된 ‘학종 블라인드’가 강행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AI 면접이 강화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2009년 하버드 대에 합격한 노숙자 소녀가 있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그녀를 보고 하버드대 입학사정관은 “그녀를 합격시키지 않으면 제2의 미셸 오바마를 놓치는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학교에 강력히 그를 추천했다. 그런데 그 당시 AI 면접이 있었다면 그녀가 합격할 수 있었을까?

인간이 하는 일은 차가운 머리만으로는 안 된다. 인간이기에 AI는 없는 뜨거운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