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학교? 국제중학교

지난 6월 10일에 서울교육청은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두 곳에 대해 지정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교육부의 동의 여부가 남아 있지만 두 학교의 지정취소는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두 학교 모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고 본안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판결이 확정되는 데 약 3년 정도가 소요되므로 실질적으로 상당 기간 두 학교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청심국제중은 재지정 통과, 2025년 일반중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교는 국제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국제중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교육 위주로 운영됐다”며 “국제중이 ‘귀족학교’ 혹은 ‘특권학교’ 등으로 비판받는 지점의 연장선에서 지정취소 결정이 나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중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성취도 평가, 교내외 수상실적 기재 금지, 교과 지식을 묻는 면접 금지 등 이미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 교육 위주로 운영됐다는 교육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조교육감이 이야기했듯이 ‘특권학교’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5년 경기도의 한 국제중 설립위원으로 국제중고등학교 설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원서 접수 마감을 며칠 앞두고 있었는데, 국제고 지원을 희망하는 어떤 아버님의 전화를 받았다. 딸과 부인은 미국에 유학 중이었고, 아버님은 혼자 남아 한국에서 학비를 지원하고 계셨는데, 외국 유학 비용의 1/5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한국에서 국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고가 설립된다는 사실에 많이 흥분하신 상태였다. 정말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던 분위기는 면접 날짜를 이야기하면서 얼어붙게 되었다. 입학과 관련된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15일 정도를 외국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14일 후에 국제고 면접을 봐야 하는 것이었다. 하루 차이었지만, 일찍 귀국을 하게 되면 중학교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고, 15일 후에 귀국하게 되면 면접을 못 보는 상황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하루 차이로 삶의 방향이 달라지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그때가 그런 상황이었다. 한 학생을 위해 면접 날짜를 미룰 수도 없는 일이고, 따로 면접을 보는 것도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냐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마지막까지 전화기를 놓지 못하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기러기 아빠들의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자식의 교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한국 부모님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국제중 학비가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평균 잡아서 월 100만원 이상(기숙사 비용 별도)이 들고 이런 저런 명목으로 추가 비용도 상당히 들어간다.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학비가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는 말도 있지만, 주말을 이용해서 들어가는 사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이 영어에 소양이 있고, 국제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기를 꿈꾸지 않는다면,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굳이 국제중으로 보낼 필요는 없다. 필자가 항상 이야기하듯이 국제중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국제중 진학의 문제가 고민이라면 필자의 2019년 10월 칼럼을 참고) 결론적으로 필자는 국제중이 귀족학교라는 교육청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외국유학 대신 한국을 택한,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택한, 기러기 아빠보다는 한국에서의 단란한 가정을 꿈꾸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하는 한국의 수많은 부모님들의 꿈과 애증(?)의 장소일 뿐이다.

2021학년도 국제중 요강이 발표되었다. 별다른 변경사항은 없다. 대원과 영훈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100% 추첨이고 청심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서 2배수 추첨에 통과하면 학생부와 자소서를 통한 면접이 이루어진다. 일반전형 경쟁률은 대원 21.8대 1(128명 모집에 2,788명 지원), 영훈 9.3대 1(128명 모집에 1,196명 지원), 청심 16.7대1(80명 모집에 1342명 지원)이다. 즉 추첨에 의한 합격확률은 매년 변경이 있지만 대략 대원 5%, 영훈, 청심이 10%다. (로또보다는 높다. ㅠ)

- PEAI 중등 모용상 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