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교육정책 자사고 외고 살리기?

“파란 약을 먹으면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깨어나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가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명 대사 중 하나다.

주인공 네오는 현실의 안주보다는 진짜 현실과 마주하기 위해 빨간 약을 먹는다. 빨간 약이 옳은 선택일까? 파란 약이 옳은 선택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20대 대선에서 국민은 빨간 약을 먹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 나가야 하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관련 주요 공약을 보면 전수학력평가 실시/ 국제중, 자사고, 외고 폐지 반대/ 고교학점제 준비 더 필요/ 영재학교, 과고 입시의 사교육 유발 요소 제재 필요/ 정시 확대(수시, 정시 균형 고려)/ 수능에서 초고난이도 문제 출제 금지/ 논술전형 유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선 공약집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이기 때문에 公約 인지 空約 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공정성과 자율성이라는 두 화두를 가지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사고, 외고/국제고 폐지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문정부는 대통령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 자사고, 외고/국제고의 강제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지만, 국회를 거치지 않은 강제 전환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뀐 정부에서 국회를 거치지 않은 강제 전환 취소를 가능하게 했다. 자사고, 외고/국제고의 강제 전환이 옳으냐 그르냐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윤정부의 교육정책이 아직까지 모호하기는 하지만, 자사고, 외고/국제고의 강제 전환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없었던 일이 될 것이 확실하다. 자사고, 외고/국제고의 입시는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다만, 사교육 유발 요소에 대한 보완이 더해질 가능성은 있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고교학점제다.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이미 여러 시범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대입개편과 연결되어 있고 교원확보, 지역간 격차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2028 대입개편으로 그대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시행은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는 학생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수시에서 높은 진학 실적을 거두고 있는 자사고, 외고/국제고에 더욱 유리한 입시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시확대다. 윤 당선인은 공정성을 화두로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정부에서 서울권 주요 대학의 정시비율을 40%로 강제했고, 2020년 입시까지도 21.5%(수시78.5%) 비율을 유지했던 서울대마저도 2023년 입시에서는 39.9%로 정시 비율을 확대했다.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안철수 후보는 수시폐지, 정시 100% 실시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면 수시와 정시의 균형이라는 큰 틀에서 결정될 것이다. 결국 수시는 30~40% 선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이는 수시(학종) 준비가 부족한 일반고에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오년지대계가 된지 오래되어서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은 누구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 내 아이를 위해서 뛰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