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교학점제를 준비해야 하나?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라는 대회가 있다. 학종 이전의 입학사정관 입시 때는, 외부대회를 자소서에 기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진로적합성, 창의성, 학업성취도 등을 드러내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대회 중의 하나다. 현 학종이나 특목자사고 입시의 자기주도학습전형에는 수상실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예전 만큼의 인기는 없지만, 학생들의 자료수집 및 분석 능력, 통계포스터 작성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통계리터러시를 길러준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준비하고 있는 대회다.

초등학교 5,6학년들에게 인문고전을 가르치다가 연관 내용을 찾던 중에 올해 초등학교 수상작을 보게 되었다. 포스터를 보면서 2번 놀랐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포스터 작성능력에 한 번 놀랐고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벌써부터 고교학점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다양한 그래프와 창의적인 표현과 색감의 활용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지는 포스터였다. 그리고 2025년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의 첫 대상이 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기 때문에 초6 아이들이 작성한 고교학점제 포스터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이 선도학교 교사들을 인터뷰하고 친구들을 교육하고 교육부에 건의사항까지 올리는 모습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난 칼럼(2019년4월)에서 2025년 전면 실시하는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고교학점제와는 반대로 가는 정시확대정책, 한 교사가 다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현 교원양성체계, 무엇보다도 교육의 질 저하가 문제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24일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부분 도입하는 것으로 도입 시기를 사실상 2년 앞당겼는데, 현장에서의 혼란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초등학교 6학년 생들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민을 보면서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이란 말이 생각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의미로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뜻이다. 중학교 때까지 진로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미래 설계에 맞춰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을까?  고1 때는 꿈이 수학교사여서 굳이 물리를 듣지 않았는데 2학년 때 건축 쪽으로 진로를 바꿨지만 물리1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3학년 때도 물리2를 선택할 수 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학종으로 건축과를 지망하면 물리를 듣지 않은 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 같아 정시를 준비 중이라는 한 고3학생의 인터뷰 기사가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 PEAI 중등 모용상 부원장 -